(제목은 오타 아닙니다)
(이 포스팅의 내용은 픽션입니다만, 모종의 사건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혼자 사는 자취방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없어진 건 돈으로는 한 5만원 될까말까한 옷가지와 악세사리들, 그리고 좁은 방 한쪽 벽을 꽉 채우고 있던 책장들과 그 위에 꽂혀있던 잡서들(가치는 합쳐봐야 한 100만원 정도?)에다가 가치를 따지려면 1원 한푼 안될 잡동사니들 정도이고, 엉뚱하게 한쪽 벽에 살포시 놓여 있던 것은 만원짜리 돈뭉치 네 다발(100장 단위)이었습니다.

분명히 뭔가 이득을 봤긴 한데...
순간 떠오르는 생각은 이런 겁니다.

없는 살림 쪼개가며 책장 하나 둘 사모으던 재미가 참 쏠쏠했는데...
하나 둘 사모았던 책들에 애착이 많았는데...
그 옷은 참 맘에 들었었는데 똑같은 거 사려고 해도 방법이 없잖아...
(그리고 똑같은 걸 사놓는다고 해도 그 옷을 처음 샀을 때의 그 기분이 들 거 같진 않고 말이지.)

무엇보다... 큼직한 자물통을 채워놨던 내 자취방을 따고 들어온 그 놈이 누군지는 몰라도, 그리고 이번엔 뭔가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을지는 몰라도, 내 자취방 문이 굳건하고 단단하다는 믿음이 사라져서 불안하기만 합니다. 또 다른 누가 문을 따고 들어와서 이번엔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다 가져가 버리지는 않을까...

자물쇠를 다른 걸로 바꿔놓기는 했지만 어려운 형편에 최신 전자록 같은 걸 달아놓을 수도 없습니다.

주위 사람들한테 도둑맞았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잡동사니 좀 없어지고 돈 많이 생겼으니 즐거운 경험이었겠다는 답변이 돌아오네요. 즐거운 도둑이로군요. 네. 그런 거였어요. 쳇.

하아... 우문이었나 봅니다. 지금 답을 내기는 어려운 일이겠지요.

며칠 전에 있었던 우울한 일의 전모는 대략 이것과 비슷합니다.
Posted by his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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